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스페인 미식 여행: 꼭 먹어봐야 할 요리 8가지

by 엉터리과학자(취미) 2026. 9. 16.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지 꽤 됐는데도, 그때 먹었던 음식들 생각만 하면 아직도 군침이 도네요.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저에게는 스페인 음식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신선한 재료, 대담한 향신료,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나눠 먹는" 문화가 만들어내는 그 즐거운 분위기까지—스페인 음식은 맛뿐 아니라 경험 자체가 특별했어요. 오늘은 제가 직접 맛보고 반해버린 스페인 대표 요리 8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하몽 이베리코 (Jamón Ibérico)

스페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맛본 게 바로 하몽이었어요. 얇게 썬 하몽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짭짤하면서도 은은하게 도는 견과류 향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도토리를 먹여 키운 흑돼지로 만든 "하몽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한 번쯤은 꼭 시도해볼 가치가 있더라고요. 현지 바(bar)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 즐기는 하몽의 조합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쉬웠던 기억은 까르푸 (우리 나라 이마트같은 대형 매장)에서 뒷다리를 통으로 말린 하몽 (Jamón)을 사서 먹어보지 못한 점이다. 식당에서는 얇게 썬 하몽을 팔지만, 까르푸나 하몽 전문점에서는 하몽을 통으로도 판다. 사실 크기가 너무 커서 감히 살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정말 사서 썰어서 먹어보고 싶었다. 혹시 단체 여행이고 에어비엔비 같은 곳에 머무르신다면 한번 경험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아래 하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았다.

  • 부위에 따른 명칭 (뒷다리 vs 앞다리)은 우선 하몽 (Jamón)은 돼지의 '뒷다리'를 통째로 염장하고 건조·숙성시킨 것이다. 앞다리에 비해 크기가 훨씬 크고 살코기가 많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리지널 하몽의 형태이다. 팔레타 (Paleta)는 돼지의 '앞다리'를 통째로 만든 것이다. 뒷다리(하몽)에 비해 크기가 작고 납작하며, 뼈의 비중이 조금 더 높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당연히 하몽을 구입하는것을 권한다. 
  • 카르푸 같은 대형 마트에서 통째로 살 때 좋은 등급은 두가지가 있다. 대형 마트의 정육·샤퀴테리 코너(El Rincón del Jamón 등)에 가보면 이 통닭다리 모양의 제품들이 등급별로 진열되어 있다. 우선 하몽 세라노 (Jamón Serrano)는 일반 백돼지로 만든 하몽으로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통째로 보통 수십 유로대) 현지인들이 집에서 일상적으로 얇게 썰어 먹는 대중적인 제품이다. 그다음 하몽 이베리코 (Jamón Ibérico)는 스페인 토종 흑돼지인 이베리코 품종으로 만든 최고급 하몽이다. 도토리를 먹고 자란 정도에 따라 등급(Cebo, Recebo, Bellota 등)이 나뉘며, 통째로 구매할 경우 가격이 수백 유로에서 비싸게는 천 유로를 넘어가기도 한다.
  • 만약 카르푸에서 통째로 구매하신다면, 집에서 이를 고정해 두고 얇게 썰어 먹는 전용 거치대인 하모네라(Jamonera)와 전용 칼(Cuchillo jamonero)이 세트로 함께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구입하시는 것이 좋다. 

나무 도마 위에 얇게 썬 하몽 세라노 Jamón serrano Nostrix / Wikimedia Commons (CC BY 3.0)
하몽 이베리코 통다리 Jamón ibérico (La Boqueria) K.Weise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하몽 이베리코를 얇게 써는 모습 영어 위키백과의 Schellack / Wikimedia Commons (CC BY 3.0)

빠에야 (Paella)

스페인 음식 하면 역시 빠에야를 빼놓을 수 없죠. 발렌시아가 원조라고 해서 일부러 발렌시아식 식당 까지 가서 정통 빠에야를 먹어봤는데, 사프란이 우러난 노란 밥알 하나하나가 정말 향긋하더군요. 해산물 빠에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토끼고기와 닭고기가 들어간 발렌시아식 오리지널 빠에야가 더 깊은 풍미를 자아냈던 것 같아요. 바닥에 눌어붙은 "소카랏(socarrat)" 부분을 긁어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프란 밥이 담긴 발렌시아식 빠에야 팬 2020 kamilo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감바스 알 아히요 (Gambas al Ajillo)

마늘과 올리브오일에 새우를 볶아내는 이 단순한 요리가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직접 먹어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뜨거운 팬에서 보글보글 끓는 올리브오일에 바게트 빵을 콕콕 찍어 먹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마늘 향이 진하게 배인 오일까지 남김없이 빵으로 싹싹 닦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로 맛있습니다. 사실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어요. 간단한 레시피를 적어드립니다. 

🧄 준비 재료 (2인분 기준)

  • 주재료: 새우 10~12마리 (손질된 칵테일 새우나 생새우 모두 가능)
  • 향신 채소 및 부재료: 편 썬 마늘 10~15쪽, 페페론치노(또는 베트남 고추) 3~5개 (기호에 따라 조절)
  • 기본 양념: 올리브오일 1컵 (재료가 자작하게 잠길 정도), 소금 약간, 후추 약간, 파슬리가루(선택)
  • 곁들임: 바게트 빵 또는 식빵

🍳 조리 순서

  1. 새우 밑간 하기
    • 냉동 새우를 사용할 경우 찬물에 담가 해동한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 줍니다. (기름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 손질된 새우에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 밑간을 해둡니다.
  2. 마늘 향 내기 (약불)
    • 팬(또는 뚝배기)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붓고, 편으로 썬 마늘을 넣어줍니다.
    • 약불에서 서서히 끓이듯 익혀주어야 마늘이 타지 않고 오일에 마늘 향이 깊게 우러납니다.
  3. 매콤한 맛 더하기
    • 마늘이 노릇해지기 시작할 때 페페론치노를 손으로 부수어 넣고 함께 볶아 매콤한 향을 더해줍니다. (너무 센 불이면 고추와 마늘이 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4. 새우 익히기 (중불)
    • 밑간 해둔 새우를 팬에 넣고 중불로 올려 붉은빛이 돌며 익을 때까지 3~4분 정도 끓여줍니다.
    • 새우가 완전히 익으면 간을 보고 부족한 소금을 추가합니다.
  5. 마무리
    • 불을 끄기 전 파슬리가루를 톡톡 뿌려주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완성됩니다.

💡 맛있게 먹는 팁 바게트 빵을 올리브오일에 듬뿍 찍고, 노릇하게 익은 마늘과 탱글탱글한 새우를 얹어 함께 드시면 훨씬 더 맛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작은 토기 그릇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감바스 알 아히요 Miguel Discart / Wikimedia Commons ( CC BY-SA 2.0 )

또르띠야 에스파뇰라 (Tortilla Española)

감자와 계란으로 만든 스페인식 오믈렛인데, 겉보기엔 소박해 보여도 한 입 먹는 순간 그 부드러운 식감에 반하게 됩니다. 바(bar)마다, 심지어 같은 가게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익힘 정도가 조금씩 달라서, 여러 곳에서 먹어보며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저는 계란 속이 살짝 촉촉한 정도로 익힌 것이 가장 입맛에 맞더라고요.

또르띠야 에스파뇰라 Juan Emilio Prades Bel / Wikimedia Commons (CC BY 4.0)

핀초스 (Pintxos)

바스크 지방, 특히 산 세바스티안의 핀초스 문화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작은 바게트 조각 위에 온갖 재료를 올려놓고 이쑤시개로 고정한 이 작은 요리들이 바 카운터마다 가득 진열되어 있는데, 원하는 만큼 골라 먹고 나중에 이쑤시개 개수로 계산하는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여러 바를 옮겨 다니며 핀초스를 하나씩 맛보는 "핀초스 투어"는 산 세바스티안 여행에서 맛볼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핀초스라는 이름은 바스크어로 '꼬치'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습니다. 구운 빵 위에 다양한 재료(하몽, 해산물, 치즈 등)를 올리고, 재료가 흘러내리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이쑤시개나 작은 꼬치(Pintxo)로 콕 찔러 고정해 둔 것에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가끔 타파스와 헷갈려 하시는분들이 있는데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타파스(Tapas): 스페인 전역에서 음료(맥주나 와인)를 주문할 때 함께 곁들여 나오는 작은 요리 전반을 통칭합니다. 지역에 따라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고 단독 메뉴로 시키기도 합니다.
  • 핀초스(Pintxos): 바스크 지방의 독창적인 식문화로, 주로 바(Bar)의 카운터 위에 쟁반 가득 진열되어 있습니다. 손님이 직접 접시를 들고 마음에 드는 핀초스를 골라 담은 뒤, 나중에 꽂혀 있는 이쑤시개의 개수나 종류로 가격을 계산하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페인 북부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án)은 세계에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이 도시는 구시가지 전체가 거대한 핀초스 바 밀집 구역인데, 현지인들은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여러 바를 옮겨 다니며 맥주나 와인 한 잔에 핀초스 하나씩만 가볍게 부수고(?) 다음 집으로 가는 '파팟(Pote)' 문화를 즐깁니다. 이를 한국의 '2차, 3차' 문화와 비슷하게 골목 투어로 즐기는 여행객들이 아주 많습니다.

과거에는 빵 위에 간단히 재료를 얹은 형태가 주를 이뤘지만, 오늘날 바스크 지방의 핀초스는 그야말로 '현대 분자요리'와 '파인 다이닝'을 한 입 크기로 압축해 놓은 수준으로 진화했습니다. 셰프들이 매년 핀초스 대회를 열며 예술작품 같은 창작 요리를 선보이기 때문에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바 카운터에 가득 진열된 다양한 색깔의 핀초스 Telle / Wikimedia Commons (CC BY 3.0)

가스파초 (Gazpacho)

안달루시아 지방의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가스파초 한 그릇이 얼마나 반가울까요. 토마토를 베이스로 오이, 피망, 마늘을 갈아 만든 차가운 수프인데, 처음엔 "차가운 토마토 수프라니?" 하며 의아해 하지만, 한 숟갈 떠먹는 순간 그 상큼함에 완전히 매료됩니다. 더운 날씨에 지친 여행자에게는 그야말로 구원 같은 음식입니다.

조리 방식은 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토마토, 오이, 피망, 양파, 마늘, 올리브오일, 식초, 그리고 빵을 함께 갈아서 차갑게 냉장 보관했다가 마시거나 먹는 요리입니다. 뜨거운 수프가 아니라 스무디나 주스처럼 시원하고 상큼하게 즐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오늘날 가스파초의 상징은 붉은 토마토이지만, 사실 원래의 가스파초에는 토마토가 없었습니다! 가스파초는 로마 시대나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아주 오래된 음식인데, 당시에는 오직 빵, 마늘, 올리브오일, 식초, 소금만 절구에 찧어 만들던 하얗고 걸쭉한 죽 형태였습니다. (이오니아 시대 로마 군인들이나 농부들이 딱딱해진 빵을 물에 불리고 마늘과 식초를 쳐서 허기를 채우던 가난한 노동자의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다 16세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토마토와 고추가 스페인으로 건너오면서 지금과 같은 새빨갛고 새콤달콤한 수프의 형태로 극적인 변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여름철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을 정도로 아주 뜨겁고 건조합니다. 이 때문에 현지인들은 더위에 지쳐 불을 켜고 요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가스파초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차갑고 신선하게 수분을 보충하고, 비타민과 염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여름철 천연 보양식'이자 생존 음식입니다.

진 채소로 장식한 차가운 토마토 가스파초 Javier Lastras / Wikimedia Commons ( CC BY 2.0 )

크로케타 (Croquetas)

겉은 바삭하고 속은 크리미한 크로케타는 스페인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는 국민 간식 같은 존재입니다. 하몽이 들어간 크로케타는 정말로 맛있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뜨거운 베샤멜 소스가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그 맛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스페인에서 크로케타는 단순히 사 먹는 음식을 넘어, 할머니나 어머니의 손맛을 상징하는 소울푸드입니다. 스페인 가정에서는 전날 먹고 남은 닭고기나 하몽 자투리 등을 잘게 다져 베샤멜 소스와 섞어 집에서 직접 크로케타를 만들어 먹곤 합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누가 만든 크로케타가 제일 맛있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우리 엄마(Mi madre)"라고 대답할 정도로 추억이 담긴 음식입니다.

크로케타는 부드러운 화이트 소스(베샤멜 소스)에 다진 하몽, 닭고기, 대구, 버섯, 치즈 등의 재료를 섞어 반죽을 만든 뒤, 한 입 크기로 빚어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스페인식 크로켓입니다. 크로케타를 제대로 만들려면 베샤멜 소스를 냄비에 누르지 않게 팔이 아프도록 계속 저어가며 볶아야 하고, 반죽을 식혀서 모양을 잡은 뒤 밀가루-계란-빵가루 옷을 입혀 튀겨내는 등 손이 굉장히 많이 갑니다. 이 때문에 스페인 전통 가정에서는 한번 만들 때 대량으로 만들어 냉동실에 쟁여두고 먹는 필수 비상식량이기도 합니다.

크로케타 Francesc Fort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추로스 콘 초콜라테 (Churros con Chocolate)

추로스 콘 초콜라테는 바삭하게 튀겨낸 길쭉한 반죽 과자인 추로스(Churros)를 걸쭉하고 진한 핫초코(초콜라테)에 찍어 먹는 스페인의 전통 디저트입니다. 갓 튀겨낸 바삭한 추로스를 걸쭉하고 진한 초콜릿 소스에 푹 찍어 먹는 순간, "이게 진짜 스페인식 디저트구나" 싶을 겁니다. 특히 마드리드의 오래된 초콜라테리아에서 아침 먹어보는 추로스는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 

한국의 놀이공원에서 먹는 가벼운 간식용 추로스와는 달리, 스페인의 추로스는 설탕이나 시나몬 가루를 과하게 뿌리지 않고 갓 튀겨내어 바삭하고 담백합니다. 핵심은 함께 나오는 초콜라테인데, 음료라기보다는 거의 푸딩이나 소스처럼 농도가 매우 진하고 걸쭉하여 추로스에 듬뿍 묻혀 먹기 좋습니다.

스페인에서 추로스는 단순히 간식이 아닙니다. 현지인들은 아침 식사로 따뜻한 카페 라떼나 진한 초콜라테에 추로스를 곁들여 먹곤 합니다. 특히 밤새도록 화려한 밤문화를 즐기고 이른 새벽이나 동이 틀 무렵, 해장용(?)으로 추로스 가게(Churreria)를 찾아 진한 초콜라테와 함께 속을 달래는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스페인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추로스 모양이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별 모양의 길쭉한 형태 외에도, 마드리드 등지에서는 커다란 원형 소용돌이 모양으로 튀겨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툭툭 잘라주는 포라스(Porras)라는 형제격 메뉴도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포라스는 일반 추로스보다 반죽이 좀 더 두툼하고 폭신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추로스 콘 초콜라테 Joy / Wikimedia Commons ( CC BY 2.0 )

이렇게 8가지를 소개해 드렸는데, 사실 스페인 음식은 지역마다 특색이 뚜렷해서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안달루시아, 바스크 지방을 다니면서 매번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스페인에 가시게 되면 이 요리들 꼭 한 번씩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분명 저처럼 스페인 음식의 매력에 푹 빠지시게 될 거예요!